환자 중심 정서 케어, 에이전트로 암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한 방법

정신종양학 전문의와 함께 만든 암 환자를 위한 정신건강 돌봄 에이전트는 대화를 통해 환자가 공유하는 내용을 구조화된 기록으로 정리하며, 위험도가 높아지면 적절한 지원이나 치료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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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 정서 케어, 에이전트로 암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한 방법
Photo by Priscilla Du Preez 🇨🇦 / Unsplash

정신건강 관리는 대부분의 의료 현장에서 후순위입니다. 응급한 신체적 치료가 우선이고, 정신건강 평가는 특정 시점에만 진행되며 이마저도 설문 형태로 끝납니다. 환자가 스스로의 상태를 진단하여 도움을 요청하길 기다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는 먼저 말하지 않습니다. 타인이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시점에는 이미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설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면 늦지 않게 의료진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랩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디스트레스 관리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정신적 고통)는 일반적인 정신건강 문제와 다릅니다. 암 환자에게는 항암·방사선 치료가 가져오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정신종양학이라는 별도의 전문 영역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가 집중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174만 명이며, 암 환자의 35~45%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디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돌봄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전문의의 진료 방식을 그대로

페블은 새로운 진료 방식으로 만든 앱 서비스가 아닙니다. 정신종약학 전문의의 진료방법을 에이전트로 만들었습니다. 정신종양학 전문의가 실제 진료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순서와 판단 방식을 그대로 알고리즘으로 구현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전인적 평가를 기준으로 구성됩니다.

📌 [이미지: 시나리오 흐름도] 인사 → 정신과적 증상·신체적 증상·생활습관 평가 → 종합 평가 → 결과 설명·지지 면담 → 치료 연계·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

이때, 증상 판단 과정은 단순한 설문 목록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환자의 답변에 따라 진단을 위한 추가 질문을 동적으로 생성합니다. 신체 증상을 호소하면 그 영역을 더 깊이 파고들고, 정서적 표현이 나오면 그 맥락을 이어갑니다.

페블의 상담 시나리오는 서울대병원·을지대병원·인하대병원 총 3개 기관 소속 정신종양학 전문의 3인이 실제 암 환자를 직접 면담한 229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하고 정교화했습니다. 전문의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에이전트를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확인하고 관리합니다.

페블앱은 Agentria 기반으로 구축되었습니다. AI 상담사와의 대화는 모두(인사부터 치료 연계까지) 각각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꺼내기 어려웠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환자는 AI와 대화를 나눕니다. 의료진 앞에서는 꺼내기 어려웠던 감정과 증상을 맥락에 따라 이어지는 대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환자의 답변에 따라 추가 질문을 이어가면서 정신과적 증상·신체적 증상·생활습관을 함께 확인합니다.

아래는 실제 AI 상담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AI 상담사: 혹시 암의 재발이나 진행에 대한 두려움은 어떠신가요? 그런 두려움이 있다면,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환자: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히 있죠. 지금 치료 중인데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고, 치료가 끝나고 나서도 재발했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어요.
AI 상담사: 네, 그런 걱정은 정말 자연스러운 마음이에요. 많은 환자분들도 비슷한 불안을 말씀해주시곤 해요. 치료가 잘 끝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혹시 가족이나 주변 분들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된 적은 없으셨을까요?
환자: 그런 느낌이 안 들 수는 없죠. 짐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가족이니까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AI 상담사: 그렇군요. 가족분들께 짐이 되진 않을까 걱정되었던 마음이 있으셨던 거네요. 그럼에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려는 모습에서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가족에 대한 걱정까지 에이전트는 환자의 말을 이해하며 그 맥락을 이어갑니다. 이를 통해, 정해진 질문이 아니라 환자의 대화를 이해하고 동감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리된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표현된 내용은 진단 질문 체계에 따라 구조화됩니다. 환자는 흩어져 있던 자신의 증상을 정리된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의료진이 다음 진료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문서 형태로 남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상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전 기록과 연결되어 시간에 따른 상태 변화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자 스스로 자신이 나아지고 있는지 어떤 시점에 힘들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에 진료로 연결됩니다.
상담 결과에서 위험 수준이 감지되면 에이전트는 진료를 권유합니다. 추후에는 담당 내·외과의가 상담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 [이미지: 환자용 결과 확인 화면]

실제 환자들의 경험

우울 정도가 높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포함해 총 31명의 암 환자에게 시제품을 사용해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이 도구는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정적인 환자에게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자들이 이 서비스를 가벼운 심리 테스트가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실제 치료 도구로 인식하고 사용했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 콘텐츠는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52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단순히 증상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직접 관리해보는 경험 자체가 돌봄 서비스로서 의미 있게 작동했다는 결과입니다.


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합니다. 몸의 변화, 감정의 기복, 일상의 재편 등 그 모든 것을 매번 의료진에게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Pebble이 만드는 것은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전문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가 닿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페블은 현장에 적용 가능한 에이전트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정 도메인의 맥락과 제약을 이해하고, 사람의 판단과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면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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